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중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윤디(리윈디·33)에게 ‘인생을 바꾼 음악’이다. 중국 본토에서 자라 어린 시절 토종 음악 교육을 받은 윤디는 200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에서 이 곡을 연주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역대 최연소 우승자(만 18살)이자 15년 만에 배출한 우승자(1위)가 됐다. 이후 그는 ‘쇼팽 스페셜리스트’라는 별칭과 함께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로 등극했다.윤디는 2006년 정명훈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함께 한국 청중 앞에서 처음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그리고 이달 30일, 9년 만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드니 심포니(지휘 데이비드 로버트슨)와 함께 다시 이 곡을 들려준다.지난달 20일 중국 정저우 허난아트센터에서 윤디를 만났다. 새로 발매한 쇼팽 전주곡 음반 홍보차 중국 순회 연주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모든 피아노 협주곡을 통틀어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쇼팽이 19살 무렵에 작곡해서인지 젊은 에너지가 넘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낭만적인 동시에 영웅적이고, 예술적으로나 기교적으로나 모두 뛰어나다”며 “나뿐 아니라 많은 피아니스트가 가장 빈번히 연주하는 협주곡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15년전 이곡으로 쇼팽콩쿠르 1위
최근엔 최연소 심사위원 위촉도
“개인적으로 최고의 작품 꼽아…
그동안 인간적으로 성숙해져
한국 청중들이 변화 느꼈으면”윤디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15년 전과 한국에서 이 곡을 처음 협연한 9년 전, 그리고 현재. 이 곡이 그의 대표 레퍼토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해석은 사뭇 달라졌다. 그는 “과거에 비해 인간적으로 성숙해졌고 음악을 느끼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곡의 해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연주자가 아닌 청중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윤디에게는 최근 이 곡과 관련한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 쇼팽 콩쿠르의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위촉돼 이 곡을 심사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달 7~2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콩쿠르 본선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조성진을 비롯해 본선에 진출한 8명의 한국인 참가자가 윤디의 평가를 받는다.그는 “심사위원으로 위촉한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15년 전 콩쿠르 참가자 중 한명이었던 내가 심사위원이 되다니 엄청난 일”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최종 심사에서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듣자면 옛 기억이 떠올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일 것 같다”고 말했다.1927년 창설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예선, 본선, 결선을 거치는 동안 독주곡, 협주곡(1번 또는 2번) 등 쇼팽의 핵심 레퍼토리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5년에 한번 오직 피아노 부문만 개최하는데다가, 본선에서 결선까지 3주 이상 쇼팽의 음악세계에 몰입해야 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부담이 크다. 대신 우승자는 자연스럽게 ‘쇼팽 스페셜리스트’ 수식어를 얻고, 쇼팽 음악을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 삼아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많다. 윤디 역시 그랬고, 한국 피아니스트로서는 2005년 공동 3위에 입상한 임동혁·임동민 형제가 그랬다.그는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남들이 나를 ‘쇼팽 스페셜리스트’라 부르고 실제로 쇼팽의 작품을 자주 선곡하게 되지만, 나는 그저 닉네임을 즐길 뿐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내가 나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에서 이 곡을 또한번 연주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분된다”며 “한동안 베토벤에 집중하느라 이 곡을 연주할 기회가 줄었던 터라 신선한 기분으로 임할 것 같다”고 말했다.30일 윤디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시드니 심포니는 이튿날인 31일 또다른 스타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교향곡 레퍼토리로는 브람스 교향곡 2번(30일)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31일)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달 30일 서울에서 시드니 심포니와 협연하는 ‘쇼팽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윤디가 지난 9월20일 중국 정저우 허난아트센터에서 쇼팽 전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세나클래식스 제공
9년만에 다시 한국서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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