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 타이틀롤 맡은 조여정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후궁:제왕의 첩`은 에로틱 사극을 표방한다. 이미 개봉 전부터 인터넷에서는 `노출`로 먼저 화제가 됐고, 그에 따른 뒷말도 많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후 타이틀롤을 맡은 조여정(32)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왜 또…"라는 물음표는 "이런 배우였나"라는 감탄으로 바뀌었다. 

최근 스타투데이와 만난 조여정은 "`방자전`이 변신이었다면 `후궁`은 성숙"이라고 표현했다. 

"작품 자체로 멋지고 눈물이 났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한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확신이 왔고,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담겨 있는 작품이었기에 주저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후궁`은 사랑에 미치고, 복수에 미치고, 권력에 미치는,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과 운명을 그렸다.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애욕의 정사(情事)와 광기의 정사(政事)가 슬프고도 기막히다. 

조여정은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슬픈 운명의 `화연`으로 분했다. 사랑 때문에 후궁이 되어야 했고, 살기 위해 변해야만 했던 여인. 

그는 "찍어놓고 보니 결말이 아팠다"고 했다. 톡 하고 건드리면 금세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 파격 엔딩신은 그에게도 안타까운 기억인 듯 보였다. 

"성원대군(김동욱)이 불쌍해서 울었어요. 많이 미안했죠. 권유(김민준)는 세상에 아이라도 남겨 놓고 갔지만, 성원대군은 저만 보고 달려왔는데…, `화연`에서 빠져나오니 연기할 때와는 너무 다른 감정이더라고요.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니 안 불쌍한 인물이 없었어요." 

`후궁`은 전작인 `방자전`(2010년)과 일견 비교된다. 에로틱 사극이라는 점, 수위 높은 베드신과 권력과 사랑에 대한 삼각관계 등에서 닮은꼴이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 아이 같았던 `성춘향`과 달리 `화연`은 사랑을 이용해 권력을 품는다. 눈빛 하나, 움직임 하나에도 밀도 높은 내면연기가 필요했다. 아니다 다를까. `방자전` 때와는 고민의 색깔부터 달랐단다. 

"`춘향이`는 알듯 말듯 발칙하고 소녀적인 느낌이었다면, `화연`은 인생의 파도에 정면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런 인생의 파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끊임없이 상상하고 집중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어요." 

특히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를 잃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하는 신은 인상적이다. 조여정이란 배우의 열정과 노력이 짐작되는 명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청춘의 덫`의 심은하가 오버랩됐다고 하자 조여정은 "지금 그 얘기 듣고 소름 돋았어요. 너무 감사한 말이에요"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극중 수위 높은 `정사신`은 장안의 화제다. 몇몇 여배우가 강도 높은 노출에 부담을 느껴 고사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예상대로 베드신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성원대군(김동욱)과의 마지막 베드신은 무려 4일간 촬영했다고 하니, 그 고충을 짐작할 만도 하다. 

"베드신을 감정신이라고 생각하고 찍었어요. 그래서 노출에 대한 부담은 적었어요. 손끝 하나, 옷을 벗는 동작 하나에도 감정을 싣기 위해 한국무용을 전공한 안무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죠. 노출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저는 작품 속 노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배우의 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조여정은 촬영 후 혹독한 `후궁앓이`를 겪었다. "한 달 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서 후유증을 경험했다"는 것. 기분 좋은 성장통이다.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여자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면 더 기쁠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 지금 여자들을 대변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편인데, 우리 영화는 뻔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 많은 물음표를 던져주고 있어요. 궁 안의 삶이나 우리 삶이나 많이 닮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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