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설 연휴인 지난 1일 직장인 박모씨(30)는 잊을 만하면 울리는 스마트폰 문자음에 하루 종일 시달렸다. 연휴 내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신기한 바닷속에 호랑이, 고래 세뱃돈 10만꽁', '가입하고 2만받아 돌렸더니 막터지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성으로 모실게요' 따위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광고 문자가 쇄도한 탓이다. 박씨는 인터넷으로 도박이나 게임을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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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2G폰을 사용하다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교체한 신모씨(57)도 갑자기 늘어난 성인사이트 스팸에 불편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회의 중 중요 사항을 보고 받기 위해 문자를 주로 사용하는 신씨는 스팸 때문에 방해를 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내용도 '말이 필요 없는 영상. 느껴보세요', '여대생 자취방 몰카 공개' 등 낯 뜨거운 것들이 많아 불쾌했다. 신씨는 "대체 어디로 내 정보가 유출 됐길래 성인사이트에서 스팸문자가 쏟아지는 건지 모르겠다"며 "누가 보내는 건지도 모르고 받기만 해야 하니 공해가 따로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스팸 문자와 각종 스미싱 시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유통되지는 않아 2차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늘어나는 스팸문자에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4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간 접수된 스팸문자 신고 건수는 102만4679건에 달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일 사이에 접수된 총 260만3157건 신고 중 39% 이상이 이 기간에 집중됐다.
단 4일이었지만 1주일 간격으로 조사된 신고건수 △1월1~7일 22만4314건 △1월8~14일 22만2165건 △1월15~21일 41만6793건 △1월22~28일 71만5206건과 비교하면 최대 4배 이상이었다.
최근 스팸문자는 기존 대리운전, 쇼핑몰 광고에서 온라인 도박, 성인사이트 광고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입은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각종 사이트에서 클릭을 유도하는 스미싱 문자까지 쇄도해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유출된 것인지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 연휴 동안 스팸에 시달렸다는 직장인 김모씨(27)는 "쇼핑몰과 대리운전 문자가 대부분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온라인 도박 문자가 '대세'"라며 "번호도 다르고 특수문자가 섞여 필터링으로 걸러내기도 어려워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했다.
설 연휴를 앞둔 시점에는 카드사 정보유출의 '공포심리'를 노린 금융사 사칭 스미싱도 급증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탐지된 스미싱 문자는 4만9651건. 이 가운데 금융사를 사칭한 스미싱은 3269건으로 절반 이상인 1818건이 설을 앞둔 지난달 21~28일에 집중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정황을 이용해 보이스피싱과 불법사금융, 대출사기 등 각종 피해가 예상된다"며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문자의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지 말고, 미확인 앱이 함부로 설치되지 않도록 스마트폰 보안 설정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 피해 예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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