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피아노를 치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닌 듯 했어요. 커서 피아니스트가 되면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이 그때부터 마음에 싹텄고 커서는 재능을 갈고 닦은 사람으로서 일정부분 사회에 환원 할 수 있는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어요.”
한국 피아노 재능 기부협회 김문정(아래 사진) 회장의 이야기이다.
피아노 재능기부협회의 모체는 지난 2000년부터 14명으로 구성된 '아르스 노바 앙상블'이 시작이었다. 아르스 노바 앙상블은 그동안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불우 이웃을 위한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기획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공연을 통해 교감을 나누고 소통하며 정서를 키울 수 있는 토양을 꾸준히 일궈왔다. 또 공연 수익금을 어려운 단체들에 기부금과 장학금 형태로 전달해 왔다.
김문정 회장은 "뛰어난 레퍼토리 구성과 기획력을 갖춘 아르스 노바 앙상블의 공연이 평단에서 인정받고 있고 더욱이 소외된 이웃과 공연을 통해 재능을 나누자는 귀한 뜻이 알려지면서 많은 기업인들의 후원이 잇따라 큰 힘이 되어 왔다"며 "아르스 노바 앙상블이 지금까지 해 왔던 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더 많은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하려는 취지에서 '한국 피아노 재능 기부협회'를 창단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한국 피아노 재능 기부협회가 창단된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극한의 투쟁에서 승리해야 가능하다. 음악에 있어서는 기교나 테크닉은 물론 정신적인 자세까지 절차탁마해야 연주자로서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처럼 세계적인 연주자들도 또 다른 예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처음으로 세르파 ‘텐징’과 함께 올랐던 영국의 힐러리는 왜 위험한 산을 오르느냐는 질문에 “거기 산이 있기에”라고 대답했다. 경지는 유토피아적인 목표이자 연주자의 숙명적인 화두이다. 연주자로서의 삶은 화려한 무대에 서기까지 이처럼 수많은 연습 시간과 자신과의 싸움이 있게 마련이다.
가장 큰 보람은 공연을 본 관객들의 호응과 갈채일 텐데 클래식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해 제값을 내고 음악회를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클래식을 막연히 어려워하거나 자주 듣지 않아서 재미없다고 느끼는 부분도 없진 않을 것이다. 불편한 진실인데 연주회 초대권을 너무 뿌려서 결국 음악인들끼리의 축하 음악회 정도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평생의 공연에 정열을 쏟아온 연주자들도 해를 거듭할수록 회의감을 토로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공연 현실에 비춰볼 때 한국 피아노 재능 기부협회가 공연 기부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재능을 나누고 수익금을 다시 사회에 일정부분 되돌려주는 행동은 클래식 음악계의 현실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즉, 클래식 음악계에 협회원들과 함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그 중심에 한국 피아노 재능 기부협회 김문정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협회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피아노 레슨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부레슨을 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피아노 재능 기부협회는 지금까지 다양한 음악회 뿐 아니라, 피아노 교육 지원사업, 음악캠프, 콩쿠르 등을 개최해 왔다. 앞으로는 농촌, 섬 등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서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김 회장은 나누면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을 클래식 나눔 공연을 통해서 새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음악은 영혼의 모음(母音)이자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적시는 치유의 단비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더불어 소통을 앞세워 공연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피아노 재능 기부협회의 진취적이고 새로운 행보가 기대된다.
▶ 칼럼을 쓴 이지영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피아노연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세종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YTN사이언스 ‘이지영의 뮤직톡톡’ 진행을 맡았다. 현재 호서실용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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