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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김정일 사망 애도…조문하는 게 도리"

Lux Piano Tuning 2011. 12. 19. 17:51

북한이 외국 조문 대표단을 받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음에도, 지난 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단을 북한에 보내는 문제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북한이 정부 차원의 대표단을 받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단을 보냈던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 개인적 차원의 조문 문제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희호 "조문하는 게 도리"…노무현재단 "조의문 보낼 것"

이희호 이사장은 이날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듣고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북측 동포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이 전했다.

이 이사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을 발표하여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에 이정표를 만들었다"며 "거듭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이사장은 조문 문제에 대하여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하셨을 때 조문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준 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외국 조문 대표단을 거부했지만 우리 정부가 조문을 타진해 보는 게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부 차원의 조문과 관련해 "대화 상대니까 조문을 하는 게 좋다"며 "조문을 하는 것이 북한을 안정화시키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정부 공식 조문간 파견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노무현-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남북정상회담 주인공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것이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기남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우리 국민들은 지난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 북한 당국이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해 애도의 뜻을 전했던 사실을 기억한다"며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재단도 이날 성명을 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소식에 조의를 표하며 유족과 북한 동포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정부에 요청해서 조의전문을 별도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조문 문제에 대해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내놓았다.

경실련 "정부 의전상으로라도 공식적 애도 표해야"

시민사회 내에서도 논쟁이 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정부가 일단 의전상으로라도 공식적인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날 경실련통일협회 명의로 낸 성명에서 "생전 공과와는 관계없이 죽은 사람에게는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이 동양의 윤리적 전통"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단체는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과 장기적인 통일 준비를 위해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지속해나가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이뤄야 한다"며 "당장은 개성공단 등 남북 경제협력의 현장에 동요가 없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실련은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도한 경계 조치 등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듯한 인상을 줘선 안 되며 북한을 자극하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익단체 "추호도 북한에 조문단 보낼 생각은 하지 말아야"

우익단체 라이트코리아는 이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정부는 북한에 조문단을 보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고 북한의 오판과 도발에 대비해 철저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날 논평을 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당시 북한 조문단이 온 것은 김 전 대통령이 충실한 종북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번에 종북세력이 북한으로 조문을 간다고 하면 절대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동포 수백만을 기아로 죽게 하고도 독재체제 유지와 군사력 강화에만 급급했던 김정일의 사망은 결코 애도할 일이 아니다"며 "김정일의 독재 탄압 속에서 신음하던 북한 주민들은 궐기해 남은 독재 잔당을 몰아내고 민주화의 물결을 일으켜 자유를 쟁취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개별 단체 자격으로 조전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노총은 19일 저녁 열리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노총과 앞으로 움직임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북한 측 파트너인 북한직총(職總)에 조전을 보내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연있는 남측 인사 사망 시 애도 표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 당시에도 남한 사회는 격렬한 조문논쟁에 휩싸였었다. 당시 민주당 이부영 의원은 국회 외무통일위원회에서 정부에 조문 의사를 타진했고, 이에 보수 세력들은 '김일성은 반국가단체 수괴'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여기에 김영삼 정부도 김일성 주석을 '동족상잔의 전쟁을 비롯한 불행한 사건들의 책임자'로 규정하며 진보진영 일각의 조문 움직임을 비판하고 조전 대신 격을 낮춘 성명으로 대신했었다.

반면에 북한은 지난 1994년 문익환 목사 서거 당시 김일성 주석 명의의 조전을 보낸 이후 인연이 있는 남측 인사들에 대해선 조문단이나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했었다.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고, 앞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김정일 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냈었다.